[그림자 노동의 역습] 편리함, 그 이면에 숨어있는 노동의 절대량
사람들은 흔히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 편리해지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렇기에 기술이 좀 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상상만 하던 것들이 실제로 구현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해도 사실상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다. 바로 '노동'이라는 본질 그 자체.
저자는 이 '노동'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두고, 사실상 기술 발전에 따라 사람들이 편리함을 느끼는 것은 노동의 필요정도,량 이 다른 부분으로 전가된 것이라고 말한다.
아주 간단한 사례가 키오스크이다. 최근 프랜차이즈 식당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식당들이 무인 주문시스템을 갖추곤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무인 키오스크는 사람을 쓰지 않아도 됨으로, 그 비용만큼이 좀 더 고객을 위한 서비스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키오스크를 도입함으로써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이익을 낼 수 있을진 몰라도, 고객 입장에서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사서 하는 셈이 된다. 키오스크가 없을 때는 그저 주문을 말 한마디 하면 끝이었다. 키오스크는 선택창을 이리 저리 옮겨가고, 장바구니 담기, 결제 방식, 결제 모든 것을 고객이 해야 한다.
즉, 주문을 받고 처리하던 가게 주인의 업무가 각각의 고객에게 옮겨간 것이다. 바로 이런 것들이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지워질 그림자 노동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결국, 무언가를 함에 있어서 노동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정해져 있고, 해당 부분은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단순화(노동량 자체의 감소)가 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기술이 더 발전해서 키오스크보다 더 나은 방법이 나올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이 자신의 '의도'(여기서는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에 대한 것)를 표현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할 테고, 이 과정을 고객이 전부 노동하게 하느냐, 고객은 그저 표현만 하고 관련 노동은 모두 가게 주인이 하느냐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저 생각없이 행동하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굉장히 편리한 개발도구 같은 것들이 요새는 쏟아지고 있는데, 결국 이런 것들을 배워야 하는 것은 개발자들이다. 편리한 것들의 편리한 점을 또 뽑아서 새로운 개발도구가 나오면 또 그것을 새로 배워야 하는 것도 개발자들의 몫이다.
이게 과연 편리한 것으로 가는 과정인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어느순간 새로운 개발도구가 나오는 과정이 멈춘다면 종국에는 편리한 것으로 될 수 있으리라 보지만, 해당 과정이 멈출 것이라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