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인류의 발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엔트로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 학창시절에 과학시간에 얼핏 들어본 개념이라는 것이 기억날 것이다. 맞다. '엔트로피'는 물리학적 정의로 '무질서하게 변하는 정도의 척도'이다. 물리학에서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에너지를 받아 질서를 잃는다고 배우는데 과연 이 개념을 폭넓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분야는 다르지만 한 개념을 적용해서 바라보는 관점으로 설명해 나간다. 글쓴이는 미국의 문명 비평가로서 과학기술변화가 여러 분야별로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사람이다. 과거 산업혁명 때부터 인류의 경제발전 그리고 생활의 발전에는 반드시 우리가 간과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간과했기에 물리학적 법칙을 적용하려는걸까? 그 해답은 이 책에 고스란히 나와있다.
오늘날 운송수단이나 인터넷의 발전은 세계화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더욱 편리한 생활을 영유하게 하였다. 이 점만 본다면 시간 흐름에 따른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좋은 점만 있다. [ 엔트로피 ]는 바로 이러한 각 발전 요소마다 색다른 관점을 소개하면서 물리학 법칙이 일상생활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가 개통되면서 2시간 반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되었지만, 고속철도를 위해 수많은 콘크리트 및 철근이 필요했으며, 수많은 산을 뚫고 나무를 베는 등의 손해가 발생했다. 바로 이 점이 발전의 이면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대가이다. 현재 우리의 풍습은 발전에 따른 장점만을 내세운 채 그 과정에서 어떠한 손해들이 불가피했는지는 드러내지 않는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작가는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엔트로피를 제목으로 정함으로써 이 책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함축해서 드러내고 있는데 원래 엔트로피는 무질서도 외에 확률까지 내포하는 개념이다. 산업의 발전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확률을 뚫고 이룩해낸 것인데 무질서도는 크나큰 확률로 발생하는 것이다. 즉 확률적 측면에서의 엔트로피로 보는 관점에서는 책의 내용과 제목의 개념이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도 무언가를 성취할 때 잃는 것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요즘같이 수시로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초기에 계속된 개발만을 추구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영유해온 삶이 이룩되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 왔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